불완전한 온전한 조각들

 

작가 이은은 잃어버린 파편을 빚는다. 파편은 하나였던 몸체에서 부서지거나 깨어져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본래 완전한 하나로서의 존재였음을 전재로 한다. 그는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를 도자를 완성하는 방식에 따라 빚고, 굽고, 색을 입힌다. 그리고 다시 구워내는

반복적인 노동을 되풀이한다. 작가는 완성된 작은 조각들을 모를 옮겨 심듯 직접 만든 틀 안으로 이식한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흙의 물성에 반하여 도자를 매체로 오랜 시간을 씨름 하여 왔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도조 작업의 경우 흔히 사용하는 도판을 제작하거나 부서진 조각들을 맞추는 모자이크 방식과는 다르게 하나로도 온전한 형태를 보여주는 작은 조각들을 만들어 다시 전체의 작업 안에 각 조각들을 배치시켜 나간다. 그러하기에 반복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그에게 오랜 시간 머물렀던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세상으로 띄어 보내는

자신을 위한 제례의식과도 같아 보인다.

 

유년 시절 고향 바닷가에서 바라보던 빛나고 아름다운 푸른 세계는 곧 그 자신이었다. 자신과 하나였던 세계를 향해 그 깊이를 더해갈수록 알 수 없는 의미와 부딪쳐 말하기를 멈출 때면 바다는 특유의 푸른 침묵으로 또 다른 세상을 건네주었다. 그간 작업의 근간이 되어온

바다는 이렇듯 상실의 시간을 채워준 안식처이자 동시에 자신이라고 인식했던 세계로부터 분리 되어 파편화 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렇듯 거대한 낯선 세상으로 대리되는 바다는 자신이 라는 잃어버린 세상을 찾고 다시 만들기 위해 극복하거나 타협을 해야 하는 관계의 대상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낯선 세상과 관계 맺기 위한 언어의 도구로 흙을 선택하였고, 다가오는 거대한 바다를 하루하루의 시간으로 쪼개어 작은 조각들로 남겼다. 도구를 빚고 굽고 색을 내는 지루하고 오랜 반복을 통해 작가는 상실된 자신의 세계, 자신의 말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더듬어왔다.때로는 분절되어 의미를 잃어버린 소리의 파편 같은 일상의 시간을 반복적인 노동으로 채우고, 만들어진 작은 파편들을 모아 잃어버린 말들이 찾아질 때까지 퍼즐을 맞추었다.

 

완벽한 말로도 온전한 의미를 담을 수 없었던 시간 속에서, 순환되는 일상들이 모여져 삶이라고 부르기 어색하지 않은 시간에 이르기까지 모아지고 맞추어진 조각들은 바다가 되고 이제는 바다의 소리를 담는 문자가 되려고 한다. 2013년부터 그가 보여준 문자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시작점의 작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인생의 순환 안에서 파편일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들을 모아 바다를 이루고, 바다가 된 존재가 꿈꿀 수 있는 근원의 말을 되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감각이자 사유의 몸으로서 흙과 부딪히며 지속했던 그의 문답 위에 바다를 담은 푸른빛을 비춰낸다.

이은 <나의 바다>에 관하여, 박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