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영미는 2004 브레인기획공모전에 선정된 작가들 중에서, 아직 대학원에 재학중인 20대 중반의 학생 신분의 젊은 작가에 속한다. 국내 실정상, 전시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작가를 선정한 배경에는, 곧 신영미의 작가로서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자기의 색깔을 드러내는 작가를 보기란 흔치 않다. 특히 매체범람의 시대, '회화'(Painting)의 사라짐이라 표방된 시대 이후, 1990년대 말 일련의 국내 외의 회화의 복귀현상 속에서 신영미의 작업은 그 의미를 발한다.

그 의미란, 즉 신영미 작업의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은 '색채의 평면성(Flatness)'에 있다 할 것이다. 그녀가 쓰는 색은 파스텔톤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내 회화의 역사에서 이러한 색감의 사용은 쉽게 목격되지 않았고, 그런 점에서 기존의 회화 형식과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 또한, 신영미가 선택한 색의 사용법은 90년대 신세대 미술가들이 일상사, 개인사에 주목하는 시대적 소재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즉 그녀가 사용하는 가벼워진 색감은 일상 또는 개인의 사적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하나의 '형식(Form)'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회화가 일상적 소재, 개인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국내외 회화 경향에서 볼 수 있는 특징으로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 슈퍼 플랫(Super Flat)류의 팝 아트 형식의 '도쿄팝(Tokyo-Pop)'에서 두드러진다. 무라카미 타카시를 필두로 미술평론가 마츠이 미도리에 의해 1999년 서구에 전해진 '도쿄팝'의 평면성 논의는, 백 여년 전 19세기 유럽, 미대륙에 퍼진 자포니즘(Japonisme)의 문맥 속에서 인상주의 화가 및 아르누보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일본 만화가이자 목판화가, 호쿠사이의 '우키요에(Ukiyoe)'의 전파에 빚을 지고 있다. 형태와 색채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우키요에는 백 여년 전의 서구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반세기 후인 60년대 이후 일본의 대중문화, 애니메이션, 만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 자리한다고 볼 수 있는 '색채의 평면성'을 강조한 신영미 작업의 두 번째 특징은 형태의 '단순성(Simplicity)'이다. 이는 평면성의 자연스러운 결과적 양식이라 부를 수 있는데, 그것은 호쿠사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단순화되고 생략된 선의 사용법과 연결된다. 이러한 양식은 만화, 애니메이션 기법을 차용하는 2000년대 서구 미술가들의 작업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다.

이러한 형식들을 통과해 신영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 판타지 세계의 몰입으로 관객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아와 나르시시즘의 관계를 고찰한 지난 몇 년간의 전시들에서 보듯, 아카데미 속에 있는 젊은 작가의 실험정신의 출발은 바로 일상화된 '거울보기' 방식, 곧 '회화' 양식을 통한 자아 찾기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인도 라자스탄 사막 여행 시 잠을 자다 깨어나 수많은 '양'들에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소재의 현장감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사적 영역에서의 자아탐구를 넘어 공적 영역으로 확대될 그녀 작업의 미래적 연장선을 기대케 한다. 또한 신영미의 작업은 '내러티브'를 갖는 특징이 있다. 즉 동일한 인물들의 반복적 등장은 내러티브를 발생시킨다. 무언가 관객에게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려는 듯한 '이야기 형식'이 존재한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감은 요란스럽지 않은 내러티브의 유연함을 발생시키고, '동면을 취한 자아', '쇼윈도에 내걸린 초상을 통해 신체의 상품화를 재현한 자아', '거울 속 자아' 등은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결국 그녀에게 초상화로 보여진 자아는 거대한 담론화 된 사회를 비껴간 평범한 일상적 자아를 찾으려는 2000년대 신세대의 끊임없는 자아 찾기 여정의 출발점을 상기시키며, 앞으로의 무한한 열려진 작업에 기대하게 한다.

- 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