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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드로잉의 본격적인 시작은 2002년부터이다. 그 전까지는 '나는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자화상>, <이山저山>, <혈류도> 등의 주제로 오랫동안 회화 작업을 해왔다. 그는 갑자기 드로잉에 눈을 돌린 계기에 대해 "회화에 싫증을 느끼고 동시대적 감성에 따른 새로운 모색을 위한 시도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그가 지닌 내면의 세계를 보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디자인, 신학 공부, 노동 현장에 몸을 담으면서 늘 그 이면에는 '미술-삶-우주-예술-나'를 서로 간에 연결 짓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문과 화두를 품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두가 정점에 이르는 것이 바로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주제전에 종지부를 찍는 '옥하리 265번지' 전시(사루비아다방, 2002. 2. 6 - 3. 3)이다. 지금에 와서야 얘기컨데, 그 전시 때의 본 작품 뒤에 있는 형광등 조명의 텅 빈 공간은 물질 이전에 작은 '우주공간'이었으며, '공허(空虛) 그 자체'였으며, 늘 그를 쫓아다녔던 '화두공간'이자 나와 우주를 잇는 '순환공간'이었으며, 이후 그는 매일 저녁 그 빈 공간을 채울 드로잉을 한다. 몸이 움직여지는 대로 그린다. 일 없이 그린다.

- Curated by Lee Kwan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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